북한 탄소크레딧, 한국 2035 NDC에 쓸 수 있을까

북한 탄소크레딧은 2026년 9월 현재 한국의 2035 NDC 달성에 쓸 수 없습니다. 북한이라서 원천적으로 막힌 것은 아닙니다. 다만 크레딧을 국경 너머로 옮기는 데 필요한 조건이 네 겹으로 모두 비어 있습니다. ① 파리협정 6조의 국제 요건, ② 국내법 절차, ③ 대북제재, ④ 남북 간 합의 채널입니다. 이 글에서는 그 이유를 법과 제도 순서대로 정리합니다.

북한 탄소크레딧을 한국 2035 NDC에 쓰기 위한 네 가지 관문
북한 탄소크레딧을 한국 NDC에 쓰기 위한 네 가지 관문 (2026년 9월 기준)
구분현재 상태 (2026년 9월 기준)막히는 이유
파리협정 6조남북 간 협력 협정 없음, 북한의 ITMO 승인·추적 체계 미확인북한 정부가 승인하고 상응조정을 해야 한국이 쓸 수 있음
국내법국제감축은 협정 체결국 중심으로 운영북한은 ‘국가 간 관계’가 아닌 특수관계라 조약 대신 남북합의서가 필요함
대북제재UN 안보리 결의 유효, 미국 독자제재 유효합작사업 금지, 설비 반입 금지, 대금 송금 경로 차단
남북관계당국 간 대화 중단승인·검증·이전을 협의할 창구가 없음
북한 탄소크레딧을 한국 NDC에 쓰기 위한 네 가지 관문과 현재 상태

1. 2035 NDC의 국제감축은 무엇인가

정부는 2025년 11월 11일 2035 NDC를 2018년 순배출량 대비 53~61% 감축으로 확정했고, 같은 해 12월 UN에 제출했습니다. 국내 감축이 중심이고, 국제감축은 보충 수단입니다. 2030 NDC에서는 국외감축 목표가 3,750만 톤이었습니다.

UN에 낸 2035 NDC 문서에는 한국이 “파리협정 6조에 따른 자발적 협력을 활용할 의향이 있다”는 문장이 들어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해외 크레딧’은 민간 자발적 시장 크레딧이 아닙니다. 파리협정 6조에 따라 상대국 정부가 승인하고 이전한 국제이전감축실적(ITMO)을 뜻합니다. (출처: UNFCCC, 한국 2035 NDC)

2. 북한은 왜 대상 국가에 없나

NDC 문서에는 대상 국가 목록이 따로 없습니다. 실제 대상은 한국과 6조 협력 협정을 맺은 나라입니다. 2024년 12월 기준으로 발효된 협정국은 베트남, 몽골, 가봉, 우즈베키스탄 네 곳이고, 아랍에미리트·페루·모로코·라오스·키르기스스탄 등과는 협의가 진행 중입니다(온실가스 국제감축 포털).

북한이 목록에 없는 것은 제외 조항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협정 자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북한 탄소크레딧을 쓸 수 있는가”는 “남북이 6조 협력 체계를 만들 수 있는가”라는 질문과 같습니다.

3. 파리협정 6조 요건으로 본 북한 탄소크레딧

국제법상 북한은 1991년 UN에 가입한 별개 회원국이며, 기후변화협약과 파리협정의 독립된 당사국입니다. 북한은 2016년 INDC를 제출했고 2019년에 목표를 높인 갱신 NDC를 냈습니다. 북한에서 줄인 배출량은 북한의 인벤토리와 NDC에 먼저 잡힙니다.

그래서 한국이 이 감축량을 쓰려면 북한이 ITMO로 승인하고, 자국 장부에서 그만큼 빼는 상응조정을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같은 감축량을 남북이 이중으로 계산하게 됩니다. 6.2조 지침(결정 2/CMA.3)이 정한 참여 요건을 점검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6.2조 참여 요건한국북한
파리협정 당사국충족충족
NDC 제출·유지충족 (2035 NDC 제출)충족 (2019 갱신 NDC)
ITMO 승인 절차구축공개된 체계 확인 안 됨
ITMO 추적(등록부)구축 중확인 안 됨
최신 국가 인벤토리 보고제출첫 격년투명성보고서(BTR) 미제출
파리협정 6.2조 참여 요건 비교 (UNFCCC 공개자료 기준, 2026년 9월 확인)

핵심은 북한 쪽 제도입니다. 북한이 ITMO를 승인하고 추적하는 체계를 만들고 인벤토리를 보고해야 6조 거래의 판매국이 될 수 있습니다. 6.4조 메커니즘(PACM)도 마찬가지입니다. 감축량을 다른 나라 NDC에 쓰려면 사업 소재국의 승인이 필요합니다. (출처: UNFCCC 결정 2/CMA.3)

4. 국내법 쟁점: 북한은 ‘국외’인가

국제감축의 국내 근거는 탄소중립기본법 제35조와 시행령입니다. 정부가 협정을 맺고, 사업을 사전승인하고, 실적을 취득해 NDC에 반영하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북한은 이 틀에 그대로 들어가지 않습니다.

  • 헌법 제3조는 북한 지역을 대한민국 영토로 봅니다. 그렇다고 한국이 북한 감축량을 곧바로 자기 실적으로 셀 수는 없습니다. 한국 NDC와 인벤토리는 실효적 관할 지역인 남한만 대상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 남북관계발전법 제3조는 남북관계를 ‘국가 간 관계가 아닌 특수관계’로 규정합니다. 그래서 6조 협력의 근거는 일반 조약이 아니라 같은 법 제21조의 남북합의서 형식이 되어야 하고, 사안에 따라 국회 동의가 필요합니다.
  •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라 사업자는 북한 주민 접촉 신고, 협력사업 승인, 물자 반출·반입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여기에 국제감축 사전승인이라는 별도 절차가 더해집니다.

현행법은 북한을 국제감축 대상에서 명시적으로 빼지 않습니다. 하지만 남북 간 ITMO 거래를 어떤 절차로 처리할지도 정해 두지 않았습니다. 제도가 비어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공백입니다.

5. 대북제재가 막는 지점

6조 요건과 국내법 문제가 풀려도 대북제재가 남습니다. 감축사업을 하려면 설비를 들여보내고, 공동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크레딧 대금을 보내야 합니다. 이 세 단계가 모두 제재 대상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UN 안보리 대북제재 총정리와 미국 대북제재 총정리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단계관련 제재영향
설비 반입안보리 결의 2397호(2017) 7항: 산업기계·운송수단·금속류(HS 72~89류) 대북 공급 금지태양광·변압기·설비 반입에 1718위원회 면제가 필요
사업 운영안보리 결의 2375호(2017) 18항: 북한과의 합작·협력사업 금지 (비영리 공공 인프라는 위원회 사전 승인 시 예외)크레딧 판매 수익이 생기면 ‘비영리’ 예외에 해당하기 어려움
대금 지급안보리 금융제재, 미국 세컨더리 제재(행정명령 13810호 등)ITMO 대금 송금 시 금융기관이 제재 위험을 짐
국내 이행한국의 대북제재 국내 이행 체계반출 승인·자금 거래 심사 단계에서 제한
북한 감축사업의 단계별 대북제재 쟁점

UN 대북제재 전문가패널은 2024년 4월 활동을 종료했습니다. 그러나 제재 결의는 그대로 유효합니다. 국내 이행 체계는 한국 대북제재 총정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6. 선례: 북한의 CDM 사업

북한은 교토의정서 시기인 2012년에 체코 기업과 함께 수력발전소 6곳을 CDM 사업으로 UN에 등록했습니다. 일부 사업은 CER을 발급받았습니다. 그러나 미국 제재를 우려한 구매자들이 잇따라 빠지면서 판매가 어려웠습니다. 북한이 제도 안에서 사업을 등록할 역량은 있었지만, 제재 때문에 크레딧을 거래하기는 어려웠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이후 사정은 더 나빠졌습니다. 체코 기업마저 2024년부터 모든 활동을 중단하면서 북한의 CDM 사업 6건도 멈췄습니다. UN이 지정한 제3자 검증기관이 확인한 CER 약 30만 톤은 최종 발급 절차부터 중단됐습니다. 파리협정 6.4조로의 전환도 기한 안에 신청하지 못해 6건 모두 보류(pending) 상태로 남았습니다.

최근 홍콩 업체가 참여하면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체코 기업은 UN 직권으로 6개 사업에서 배제됐고, 중단됐던 사업은 정상적으로 진행됐습니다. UNFCCC 사업 페이지를 보면 함흥수력발전소 1호의 경우 체코 기업(Topič Energo)이 2026년 8월 29일자로 사업 참여자에서 제외(withdrawn)됐습니다. 같은 페이지에는 2013년 12월~2017년 3월 모니터링 기간분 CER 68,554톤이 발급된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UNFCCC CDM 사업 페이지, 2026년 9월 30일 확인). 다만 발급된 CER은 대북제재 때문에 배출 상쇄에 쓰지 못했습니다. 대신 모두 자발적으로 소각해 세계 기후변화 대응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처리했습니다.

이 사례에서 보듯이 제재 아래에서도 등록, 검증, 발급은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발급된 감축실적을 다른 나라의 감축 목표에 쓰는 것은 여전히 막혀 있습니다.

7. 북한 탄소크레딧을 NDC에 쓰려면

제도상으로 문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닙니다. 남북 모두 파리협정 당사국이기 때문입니다. 연구자들은 남북기후합의서를 맺고 공동위원회를 두어 승인·추적 체계를 함께 만드는 방안을 제시해 왔습니다(파리협정 6.2조 남북협력 연구 요약). 이 방안이 실현되려면 다음 조건이 순서대로 갖춰져야 합니다.

  1. 남북 당국 간 대화 재개와 남북기후합의서 체결
  2. 북한의 ITMO 승인·추적 체계 구축과 인벤토리 보고
  3. 국내법 정비: 탄소중립기본법 체계에 남북 ITMO 절차 명시
  4. 대북제재 면제: 1718위원회 사안별 승인, 필요 시 미국 OFAC 허가
  5. 제재에 걸리지 않는 대금 지급 구조 설계: 현물·기술지원 방식 등

맺음말

현재 제도에서 북한 탄소크레딧은 한국 2035 NDC에 쓸 수 없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대북제재와 남북 간 협정 부재입니다. 북한이 파리협정 당사국이 아니라서가 아닙니다. 2035년까지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지금은 제재 면제 요건과 합의서 초안처럼 조건이 열렸을 때 바로 쓸 수 있는 설계를 준비해 두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 이 글은 2026년 9월 30일 기준 공개자료를 바탕으로 한 제도 분석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사업을 추진할 때는 통일부·외교부 사전 협의와 제재 전문 법률 검토가 필요합니다.
주요 출처: UNFCCC 한국 2035 NDC(2025.12), UNFCCC 결정 2/CMA.3, 북한 INDC(2016), UNFCCC CDM 사업 페이지(함흥수력발전소 1호), UN 안보리 결의 2375·2397호, 탄소중립기본법·남북관계발전법·남북교류협력법, 온실가스 국제감축 포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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